그대 말씀해 주시기를
이 마음 처음이라 했습니다
한 가닥 뿐이라고 했습니다
언제나 쉼 없으면 분명 영원하리라 했습니다.
그대 말씀해 주시기를
우리는 영감이 통했다고 했습니다
슬프고 어지러운 세상에서
오직 티없는 옥이라고 했습니다.
그대, 내 얘기를 들어주십시오
아득히 불러도 당신은 듣습니까
가만히 불러도 당신은 듣습니까
맘 속으로만 불러도 당신은 듣습니까?
불 빛을 멀리 보며
먼 손으로 있는 이 심정도
당신은 모두 알으십니까?
그대 말씀해 주시기를
한 소망을 둘이서 나눠 빌자 했습니다
사람 정신의 그 진실이야
이 세상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고 했습니다.
그대, 내 얘기를 들어주십시오
나도, 이 마음에 바치고 있습니다
자나깨나 한 가닥 이 마음뿐이옵고
분명 영원하리라 믿습니다.
그대, 내 얘기를 들어주십시오
남이야 뭐라건, 나는 나대로
어쩔 수 없는 목마름에 울어왔습니다.
당신께서 간절히 손을 주시면
큰 길가 사람들 보는 데서도
흐느끼며 무릎을 꿇었을 것입니다.
그대 말씀해 주시기를
사랑한다고 했습니다
한 번도 사람을 속여보지 않은
소년 같아 보였습니다.
진정 사랑한다고 했습니다
훗 세상에서도 사랑하리라 했습니다
두 눈에 눈물이 가득하셨습니다.
웬 일로 세상이 캄캄해지던지
웬 일로 눈먼 듯 뵈지 않던지
속 깊이 당신은 알으십니까?
그대 말씀해 주시기를
지금은 먼 여행을 떠난 셈 여기라고 했습니다
아주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
돌아와 이별 없이 살 것으로 믿으라 했습니다.
그대, 내 얘기를 들어주십시오
이별도 심으면 꽃으로 핍니까
하늘이 돌보시는 꽃으로 핍니까
당신은, 그 꽃밭으로 오시렵니까?
하느님, 내 얘기를 들어주십시오
우리는 더없이 사랑을 했습니다
나머지는 어느 날 같은 시간에
고요히 함께 죽게 해 주십시오.
김남조 : 1927년 9월 26일에 대구에서 태어나, 숙명여자 대
학교에서 교수 · 명예 교수로 지내다 2023년
10월 10일(향년 96세)에 귀천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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