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장혁 - 꿈을 꿔 · ’04
제 1 집, Vol. 1 · 정규 앨범의 수록곡
작사 · 작곡 : 이장혁
어두운 방 안에 누워, 넌 말하지
뭐든지 잡아 타고서, 떠났으면
여기가 아닌 곳이면 어디든
함께 할 수만 있다면, 무엇이든
세상 어느 곳에도, 숨을 곳은 없다는 걸
우린, 잘 알고 있어.
하지만 언제나 넌, 내게 웃어 보이며
그저 괜찮다 말을 하지만, 난 알아
모자란 어른들이, 너의 마음 깊은 곳에
낙서를 해대듯이, 새겨 놓은 상처.
세상 어디엘 가도, 지워버릴 수가 없는
헤픈 고통의 흔적, 그 흔적들을 안고서
어느 새, 너와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
넌, 내 품 안에 잠들어
너의 것이 아닌 꿈을 꿔.
상처는, 산 자들만의 몫인 걸
세상에 태어난, 벌금 쯤으로 생각해
달아날 수도 없고, 달아나서도 안되는 걸
우린, 잘 알고 있어.
하지만, 가끔은 너무 힘든 날이면
우린, 서로에게 파묻혀
깨고 나면 씁쓸할
우리 것이 될 수 없는, 꿈을 꿔
꿈을 꿔.
가수, 이장혁
이장혁의 음악 경력은, 1,996年에 결성된 ‘ 아무 밴드 ’ 로부터 시작된다.
한국 인디 1세대 밴드인, 아무 밴드의 유일한 앨범 ‘ 이 · 판 · 을 · 사 ’ 는 저주받은 걸작이었었다.
포크와 사이키델릭 · 그런지와 하드 록 등, 록 음악의 다양한 양식을 포용한 실험
적인 음악성은 시대를 앞서 간 것으로 평가를 받았었지만, 안타깝게도
그 앨범은 당시 인디 씬의 개화를 주도한 펑크(Punk) 록
열풍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진 못했었다.
그러나 실패 아닌 실패로 끝난 아무 밴드의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성은,
이후 이장혁의 솔로 데뷔 앨범의 튼실한 밑거름이 되었었다.
2,004年에 발매된 이장혁의 데뷔 앨범 ‘ Vol. 1 ’ 은, 2,000年 대에도 포크 장르
의 예술적인 가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한 기념비적인 걸작이다.
전통 악기인 가야금을 활용하여, 포크 음악의 정취를 재현한 ‘ 동면 ’ 과 탄탄한 구성
의 멜로디와 웅장한 편곡이 돋보이는 ‘ 성에 ’ 와 프로그레시브 록을 방불케
하는 대곡인 ‘ 칼 ’ 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한 ‘ 알아챈 사내 ’
는 포크 록의 방법론을 확장한 주목해야 할 곡들이다.
사실, 온전한 포크 앨범으로 분류하기에는 매우 광활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이장혁의 데뷔 앨
범은, 궁극적으로 인디 1세대의 찬란한 음악적 성취를 집대성한 성과로 요약된다.
많은 이들이, 이장혁의 명곡으로 데뷔 앨범인 ‘ 누수 ’ 와 ‘ 스무살 ’ 을 꼽는다.
비교적 전통적인 포크의 어법에 충실한 이 곡들은, 날카롭고 시적인 감수성
의 노랫말이 이장혁 음악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을 잘 설명해 준다.
이는, 그가 작곡보다는 작사적인 측면에서 더욱 고심하는 뮤지션임을 짐작케 하는데, 실제
로 2,008年의 2집 ‘ Vol. 2 ’ 과 6年 만에 발표한 3집 ‘ Vol. 3 ’ 에서는 극적
인 전개와 멜로디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특유의 우울하고
어두운 성향이 더욱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.
하지만 이장혁은,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언급했는데, 그 말처럼 그가
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 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.
요컨대, 이장혁은 이 시대에 흔치 않게 존재하는 고독한
예술가의 초상을 잘 간직하고 있는 뮤지션이다.
- 난장 칼럼니스트(류호)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