정태춘 · 박은옥 - 다시, 첫 차를 기다리며 · ’02
제 10 집 앨범,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의 수록곡
작사 · 작곡 : 정태춘
버스 정류장에, 서 있으마
막차는, 생각보다 일찍 오니
눈물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
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
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
비에 젖은 전단들이,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.
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
너는 아직,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
무너져,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
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
너, 오늘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
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.
그 해 이후,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
긴 긴 어둠 속에서, 나 깊이 잠들었고
가끔씩 꿈으로,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
너의 체온,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
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 차를 기다리며.
오랫동안,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
뒤척여,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
너는,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
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
거기,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?
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
첫 차는, 마음보다 일찍 오니
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 모퉁이 돌아
내가 다시,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.
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
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
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
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