정태춘 - 시인의 마을 · ’87
정태춘 · 박은옥 발췌곡집 1, 비정규 앨범의 수록곡
작사 · 작곡 : 정태춘
창문을 열고 내다 봐요
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
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
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, 살며시 눈 감고 들어 봐요.
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
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 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
누가,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 주리오
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
누가,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
그 장단에, 춤 추게 하리오.
나는, 고독의 친구 · 방황의 친구
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
나는,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
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
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.
우산을 접고, 비 맞아 봐요
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
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
젖은 대지의 애틋한 우수.
누가,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
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
누가, 내 운명의 길동무 돼 주리오
어린 시인의 벗돼 주리오.
나는, 고독의 친구 · 방황의 친구
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
나는,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
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
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