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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언제나 늘 숨죽인 동초(冬草)처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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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tl3659\0\0 2010. 9. 24. 18:2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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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그 언제나 늘 숨죽인 동초(冬草)처럼

 

 

 

 

 제 2 부

 

 

 

 

8.

 

 

 

 

   하지만 내 생각엔, 그 산모를 병원에 데리고 갈 그 적임자로선 우리 집 작은방

   에서 살고 있던 그 재혼녀가 딱일 것 같더군요.

      그리고 그 재혼년, 그 산모의 확실한 임신 여부를 알아 봐 주기 위해 그 재혼녀 스스로

   가 자청해 그 산모를 데리고 인근 도시의 병원에 가 주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.

      해서 내가, 그 재혼녀에게 그 산모의 출산을 위해 다시 한 번 더 병원에 데리고 가 주면

   안되겠느냐는 부탁을 했더니, 그 재혼년 딱 일언지하에 “ 없이! 없이! ” 라며 거절을 해 버

   리더군요.

     

       왜냐하면, 그 산모를 데리고 인근 도시의 병원에 갔다 팔목시계만 잃어버렸다고요.

      그 재혼녀의 팔목시곈, 제 친언니한테서 선물받은 고급 시곈데, 그 산모가 진료실에 들

   어간 뒤 혼자 심심하기도 하고 몹시 덥기도 해 화장실에 가 손을 씻으려 팔뚝에 차고 있던

   시계를 풀어 세면대 위에 올려놓곤 손을 씻은 뒤, 깜빡하곤 그 시계를 챙기지를 않고 그냥

   화장실을 나오는 바람에 애꿎은 그 시계만 잃어버렸었다고요.

      그리고 제 친언니한테 그 얘기를 했었다, 뭣하러 그 아무런 상관이라곤 없는 남의 일에

   나서 비싼 시계만 잃어버렸었느냐며, 앞으론 두 번 또 다신 그런 남의 일 따위엔 나서지

   말는 혼만 났었다며, 절대로 그 산모를 데리고 가지를 않겠다고 하더군요.

     

      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더 “ 그만, 처자 니가 데꼬 가라. ” 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해서 난,  천상 그럴 수밖에 없겠구나 싶은 생각에 “ 그럼, 입원을 시킬려면 돈이 필요할

   텐데, 돈은 어떡할까요? ” 라고 물어봤었죠.그랬더니, 이 동네의 그 어느 한 사람이 “ 나중

   에 누가 주든지간에, 우선 가게에 가서 좀 빌려 가라. ” 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해서 난 “ 그럼, 병원은 어디로 가야 하는대요. 읍내엔, 산부인과는 없다고 하든대요? ”

   라고도 물어봤었죠.

      그랬더니, 충무(통영시)로 가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아니 이장 집의 행정전화로 택시도 다 불러놨으니까, 충무의 적십자 병원으로 가면 산부

   인과가 있어, 애를 낳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해서 난 “ 그라몬, 병원에 가게 저 옷 갈아 입고 · 돈도 빌려 올 테니까, 산모한테도 농약 

   둘러쓴 옷은 좀 갈아 입혀야 되질 않겠습니까? ” 라고 했더니, 사람들이 그런 건 걱정하지

   말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 아니 산모의 옷은 우리가 갈아 입힐 테니까, 그런 걱정일랑 아예 할 필요도 없으니 어서

   빨리 우리 집으로 가, 나의 옷이나 갈아 입고 · 돈이나 빌려 오라고 하더군요.

 

      해서 난, 발이 땅에 닿는지 · 허공으로 붕붕 떠다니고 있는 건지에 대한 그 아무런 느낌도

   못 느낄 정도로 부리나케 우리 집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 입은 뒤, 지금은 영 장사가 안돼 폐

   업해 버린 이 동네의 구판장 겸 구멍가게 집에 가 돈을 좀 빌려달라는 부탁을 했더니, 그 구

   멍가게의 주인 아줌마가 “ 오늘 아침에, 우리 아저씨가 물건 떼러 읍에 나간 김에, 어제 장

   사한 돈 전부를 은행에 입금 시끼삐(시켜 버려) 돈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… . ” 라고 하더군

   요.

      해서 난 아예 정신나간 미친년이 헤뜨듯, 발끝이 땅에 닿는지 아니면 허공에 붕붕 떠 날

   아다니고 있는 건지의 감각은커녕 그 아무런 생각이라곤 할 겨를 조차도 없이, 그저 뛰고

   또 뛰어 그 산모의 집으로 가 “ 가게 집에서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, 그럼 오짜지예? ”

   라고 했었죠.

      그랬더니, 사람들이 “ 그라몬, 친정으로 가라. 산모의, 친정으로. ” 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해서 내가 “ 친정요? 아니 친정에 간다고 해서, 돈을 주겄습니까? ” 라고 해 봤었죠.

      그랬더니, 이미 그렇게 하기로 약속이 다돼 있다고 그러더군요.

      아니 그 산모가, 얼마 전에 제 친정에 찾아가 제 어미가 아닌 오래비(오빠)한테, 물론 애는

   집에서 낳을 예정이긴 하나 워낙 노산(老産)의 초산(初産)인 터라 혹여 집에서 해산을 하기

   가 어려워 병원으로 가게 되면, 그 때 제 오래비가 그 병원비를 좀 당해(감당해) 주라는 부탁

   을 했더니, 제 오래비가 그렇게 할 테니까 그 때 연락을 하라는 약속이 돼 있다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해서 택시가 오면, 참 다행히 그 산모의 친정이 이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다 그

   친정 동네의 바로 첫 집이라, 그 친정 동네로 들어가면서 그 택시 기사한테 소리(경적)를 내

   달라고 부탁해 소리를 내면, 틀림없이 그 산모의 오래비가 나올 거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 

      해서 우리가, 해산을 하게 되면 그 애한테 바로 입힐 그 예전의 배냇옷 보따리도 챙기고

   그 산모도 부축해, 불러놨다는 택시가 도착할 이 동네의 광장으로 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

   데, 참 뜻 밖에도 그 산모의 큰집 형님되는 한 아지매가 한 손에 옷보따리만 같은 보따리 하

   나를 든 채 어슬렁 어슬렁으로 광장을 향해 걸어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, 나의 눈에 딱 띄더

   군요.해서 내가, 아주 잽싸게 그 산모의 큰집 형님한테로 달려가 “ 아이고 아지매, 동세(동

   서) 아 낳는데 한 번 가보실 라꼬예? ” 라며 인사를 건네자, 그 형님 아지맨 “ 소문에 처자

   니가 간다케(간다고 해), 미우나 고우나 우리 동세가 아를 낳으러 간다는데, 내가 가만히

   있을 수가 있어야제. ” 라고 하더군요.

      그러자, 이 동네 사람들도 “ 그래, 밉든 곱든 그래도 동센데, 오짜건나(어쩌겠냐). ” 라며

   , 한 마디 한 마디씩들 거들기도 하더군요.

      

      해서 난, 그 형님 아지매한테 “ 그라몬 전, 안가도 되겄네요? 이렇게 형님 아지매가 가시

   는데, 굳이 제가 따라 갈 필욘 없잖아예. ” 라고 했었죠.

      그랬더니 그 형님 아지맨, 한 손에 들고 있던 그 옷보따리만 같은 한 보따리를 쑤욱 앞으

   로 내밀어 보이며, 절대로 안된다는 거였어요. 

      아니 처자가 간다고 하니까, 나도 가는 것이고.

      또, 처자 네가 애 배냇옷은 얻어다 놨다기에, 난 애 기저귀감 한 필을 사다 놓긴 했지만,

   아직 기저귀를 자르질 않아 병원에 가서 잘라야만 하는데, 내 혼자서는 자를 수가 없어 누

   가 잡아주어야만 하는데, 처자 네가 가질 않으면 과연 이 기저귀를 누가 잡아 줄 거냐고 하

   더군요.

      그리고 또, 애가 나오면 옷 뿐만 아니라 바로 기저귀도 채워야만 하는데, 기저귀를 잘라 

   만들지 않으면 애한테 그 뭘로 기저귀를 채울 거냐면서요.

      

      그러자, 이 동네의 그 어느 한 사람이 슬쩍 내 옆구리를 쿡쿡 찌를 뿐만 아니라 한 눈까지 

   껌뻑껌뻑하며 속삭임만 같은 아주 낮은 소리로 내 귀에다 대고 “ 처자야, 아무 소리 말고 그

   만 니가 따라 가라. 그래야, 일이 된다. ” 라고 하더군요.해서 난, 그 어쩔 수 없이 그 산모의

   출산행에 동행을 아니 할래야 아니 할 수가 없게 돼버렸었지요. 

      

      참말이지, 그 어쩔 수 없이 그 산모의 출산행의 동행자가 아니 될래야 아니 될 수가 없게

   돼버렸었지요.

      그 참말이지로 - .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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